오랜만에 본 영화이다. 게임불감증과 같이 요즘은 영화불감증에 걸릴 듯 싶다. 예고편을 보고 난 후 꼭 봐야지 하는 영화가 오랫동안 없었다.
이 영화도 작년 말 개봉당시 솔직히 그런 부류의 영화였다. 단지 아는 사람하고 같이 보자는 약속을 했기에 관심이 있었을 뿐. 그런데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보지 않게 되었고 결국 관심에서 멀어진 영화였다.
그러다 시간이 남아 멍하니 있다가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 데, 보고 난 후 글을 적고자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좋은 의미로? 아니다.
영화의 소재가 떨어져 재탕을 공장에서 찍어내듯하는 헐리우드에서 새로운 소재를 들고 제작한 줄 알았던 이 영화가 알고 보니 재탕도 모자라 삼탕인데도 전혀 아닌 듯 발뺌한 영화라니.
H.G. 웰즈의 우주전쟁을 소재로 만든 영화라고 생각되는 데, 각본이나 원작 등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 스필버그의 우주전쟁과 다르다고 느낀다면, 원작 소설이나 1953년작 영화를 보지 못해서이리라.
물론 이 영화가 원작소설이나 다른 영화들보다 잘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아마 못만들었기에 그것들을 바로 떠올리지 못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냥 전형적인 B급 영화로만 인식될 지도.
외계인의 침공, 확대되는 전쟁, 살아남은 사람들의 의견충돌, 어이없는 결말 등과 1953년작에서 유명한 장면으로 촉수와 같은 외계인의 물체가 숨어있는 인간을 찾는 장면등의 오마쥬에서 “우주전쟁”을 느낄 수 있었다.
기독교적 기적을 의미한 1953년작과 바이러스로 인해 자멸한 2005년작의 결말이 다르듯 이 영화도 비록 결말을 다르게 표현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우주전쟁의 B급 영화로의 삼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 영화의 결말은 일본 망가 스타일이라는 것이 다르다는 정도… 그래서 2편을 기대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는 듯. 내가 생각할 때 이 분들은 삼탕으로 점철된 이 영화에 실망하다 유일하게 신선한 재미를 준 일본 망가타입의 결말이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