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완전 정복 – 영어보다 웃음의 코드부터 정복하지


영어 학습 열풍의 시기를 타고 로맨틱 코메디로 다가온 이 영화는 웃음의 코드를 찾는 데 약간 실패한 듯 보인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세대를 타켓으로 잡은 듯 아이콘화된 인물과 화면구성을 보여주지만 이미 다른 영화에서 경험한 방식이고 내용의 구성에서는 TV 시트콤 드라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허약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비트”, “태양은 없다”와 같은 폭력, 우정을 다룬 주로 하드한 남성적인 영화를 찍었던 김성수 감독이 소프트하고 부드러운 코메디를 찍었다는 데 놀라웠다. 물론 그 변신은 성공한 셈이다. 단지 도가 좀 지나쳐서 문제다. 마치 예전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이명세 감독이 자주 했던 만화적 기법을 사용한 것이 오히려 독특한 면이 없어보인다고 생각될 정도로.


이 장면은 게임의 장면을 차용해서 나온 과장된 코믹장면이다. 이 외에 화면상에 아이콘을 띄어놓고 클릭을 한다던가, 사람 얼굴 위에 만화 캐릭터 얼굴을 덧씌운다거나 하는 등 여러가지 만화적 기법을 남발하였다. 내용상에서보다 오히려 표현상에서 그 기법을 위주로 사용하다 보니 금방 화면에 식상하게 되었다.

얼핏보면 코메디 장르에서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듯 보이지만 결국은 정리되지 못하고 늘여놓는 실수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에 재미를 주는 것은 재미있고 좋은 장면들의 지속적인 노출이 아니라 정돈된 모습에서도 보여진다는 것을 놓친건 아닌가 싶다.


배우의 연기에서 변화를 보인 것은 이나영이 아닐까 싶다. 장혁은 “화산고”의 이미지에서도 능글맞게 나왔기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후아유”나 “네 멋대로 해라”에서 보였던 약간의 어두운 그늘을 가지고 있는 연기에서 시종일관 밝음만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 연기 변신이라는 좋은 모습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오버된 연기라는 인상을 주었다.

이 영화에서 안좋았던 것은 코메디를 강조하기 위함인 지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와 “남아당자강”을 개사한 “영어정복가”가 자주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너무 웃길려고 작위적인 노력은 아니었나 싶다. 여운을 남길만한 곡이 없다는 것은 한마디로 극장에 나간 이후 이 영화를 다시는 생각하지 말라는 의도였을까.

특별히 액션이 있다거나 하는 영화가 아니라 사운드에서는 효과를 느낄 만한 것이 없었고 화질은 선명하고 깨끗한 좋은 편이었다. 그냥 무난히 즐길만한 수준.


■ 서플의 구성
– 감독, 이나영, 장혁의 음성해설
– 퀴즈 완전정복 : 퀴즈로 풀어보는 영화이야기
– 영화<영어완전정복>을 소재로 한 퀴즈게임
– All Guide : 제작과정 다큐멘터리
– 김성수 사단 탐구 : 감독과 제작진의 이야기
– 영어완전정복단 : 주연배우 3명의 인터뷰
– 블랙박스 : 영화의 재미를 더했던 CG와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 소개
– 영주의 이혼일기 : 퀴즈를 풀어야 볼수 있는 삭제씬
– 영주따라잡기 : 영주에 관한 플래쉬 애니메이션
– 핵심정리 : 예고편, 뮤직비디오, 시사회

한국영화를 DVD로 본 것중에 2번째 영화였다. 먼저 본 “불어라 봄바람”은 서플에 관심조차 없어 안봤기에 서플을 자세히 본 최초의 한국영화 DVD였다. 서플은 상당히 충실하게 제작이 되었다.

다큐멘터리도 여러가지 있었고 제작과정중에 DVD수록을 염두에 둔 촬영일지라든가 배우들의 이야기도 괜찮았다. 특히 게임을 풀어야 볼 수 있는 삭제된 장면을 볼 수 있는 구성은 DVD를 이용한 하나의 재미라고 느꼈다.

이혼일기라길레 뭔가 대단한 뒷이야기일까했지만 결국은 삭제된 장면이라는 것을 알고는 약간 허망했지만 그걸 보기 위해 게임을 만점 받으려고 노력했던 나 자신을 생각하면 웃기지 않을 수가 없다.

음성해설은 한국영화 DVD에서는 처음 듣게 되었는 데 약간 어색했다. 어색하게 만든 것에는 그동안 계속 자막으로 보아오던 것을 말로만 듣게 되어 있다는 것과 영화의 본편 사운드와 음성해설 사운드의 믹싱에서 문제가 있었는 지 음성해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지 않아 무슨 말인지 잘 안들릴 때가 있었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오히려 영화 본편을 본 것보다 이 서플을 즐기는 게 더 좋았다고 생각된다. 그 점에서는 잘만든 서플이었다.

PS : 어머님이 이 영화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 “저걸 보려고 5,000원을 내는 사람이 있었냐? 돈이 아까웠겠다.” 였다. 정말 재미없었나보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직 입장료가 5,000원으로 알고 계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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