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랑(人狼, Jin-Roh) – 조직 안의 잔혹동화 속 인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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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작품을 실사영화로 제작한 동명의 영화가 있다. 아직 보지 않았다. 이제는 볼려고 해도 영화관에서 상영을 하는 곳이 거의 없기에 볼 수도 없게 되었다. 왜 보지를 않았냐면 원작인 이 작품에 대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기억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패트레이버,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제작한 것으로 착각을 하고 봤지만, 실망을 하였던 경험이 있어서였다. 패트레이버는 약간 가족용 SF 애니메이션이었고, 공각기동대는 사이버펑키한 스타일에서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 철학적 스토리가 있는 SF 애니메이션이었다. 무엇보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은 셀 애니메이션보다는 디지털 3D 애니메이션의 작화풍으로 깔끔함을 볼 수 있는 데, 이 작품은 셀 애니메이션에 근접하였고, 캐릭터 표현이 사실적인 표현으로 쉽게 이 작품이 나올 당시 인기있는 화풍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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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인적으로 애니의 시대 배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독일이 승전국인데, 일본은 패전국이란 설정이 간단히 설명되어서 왜? 란 의문이 들었고, 어쨋든 패전국으로 되었음에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전범국의 사죄는 없는 일본으로 느껴져서 싫었다.

오래 전에 봤던 것이라 다시 내용을 확인하고자 봤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다른 느낌이 들 수도 있으니까. 

결론적으로는 이 영화를 실사로 만든 것은 모험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수백 억의 대자본이 든 영화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그렇게 느낀 것은 이 작품은 물론 훌륭한 작품이나,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다거나,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니아적 작품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빨간 모자의 소녀라는 그림형제의 동화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늑대에게 복수하는 과정이 있고, 할머니와 소녀가 사냥꾼에 의해 살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형제 이전의 민화나 잔혹소설의 내용이 유명하지 않은 것은 암울하고 잔인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1000만명을 넘긴 영화들 중에 암울한 내용으로 제작한 영화가 있나? 매니아적인 영화가 있나? 이미 기획단계에서 자본을 대규모로 투입해서 제작할 영화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 애니메이션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내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을 뿐이지, 이 작품은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조직 속의 인간의 미약함과 조직에 길들여진 인간의 무서움을 늑대라는 존재를 통해 잘 표현한 작품이다. 

자신들이 속한 조직이 권력을 더 가지고자 하는 암투와 동료였던 친구들을 조직의 이해관계로 배신하게 되는 인간의 표현과 조직의 명령에 따르는 인간늑대의 묘사는 잔혹동화의 표현을 빌려 암울하게 이야기를 묘사하여 여운이 많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PS : 원작을 본 사람들이 영화 "인랑"에 대해 거부하는 것이 바로 결말 부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이 작품의 핵심인데… 실사 영화에서는 어떻게 되었는 지 그것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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