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 곰만 좋아하면 안되지


– 감독 : 용이
– 출연 : 배두나, 김남진, 윤지혜, 윤종신, 오광록
– 제작 : 한국, 2003
– 장르 : 로맨스(멜로),코메디

CF를 찍었던 감독이라 그런지 감각적인 영상은 많이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러나 멜로적이지는 않는다. 로멘틱 러브스토리라기 보다는 로멘틱 판타지 스토리가 어울리는 영화랄까.

코메디적인 요소가 그렇게 강하지 않는다. 판타지적 요소가 좀 더 강해서일 것이다. 배두나의 과거 회상이나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는 것이 판타지적 분위기를 연출하였기 때문이다. 스토리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사랑을 엮어주는 책속의 메모라는 컨셉과 하나 하나의 단서로 사람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이 영화와는 다르지만 “이와이슌지”의 “러브레터”에 나오는 도서관에 있는 책 대여메모판이 떠올랐다. 사적인 자료가 아닌 공공의 자료속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두고 그것을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가 봐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마도 비슷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나 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러한 것이 너무 일찍 나왔고 이야기의 다음 내용을 내가 알아맞추어야 정상이라고 말하듯이 너무 뻔한 스토리로 진행이 되었다. 마치 주말 드라마나 미니 시리즈를 보듯이. 혹자는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 자신이 점쟁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좋은 점은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메시지의 전달 매개체가 되는 그림 작품을 화면에 보여주는 데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상당히 많은 작품들을 연구했을 것이다. 메시지와 맞는 그림을 찾기 위해서.

영화사 홈페이지에서 보니 몇몇 그림들은 미술팀에서 직접 그렸다고 한다. 가상의 화가 이름까지 만들어서. 난 그런 화가들이 진짜로 있는 줄 알았다. 위의 그림은 영화의 첫 장면에 나오는 그림인 프레드릭 스튜어트 처치 (Frederick Stuart Church)의 봄의 향연(1908)이다. 이 그림이 영화의 모티브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다.

얼굴과 어깨에서 힘을 뺀 김남진의 연기가 어색하기 일색이고 오버연기로 비춰보이는 게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었다. 배두나의 연기에서는 일련의 공통점같은게 보인다. 연기 변신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일련의 영화에서 보이는 약간 특이하고 발랄한 가벼운 성격의 연속성은 이제 변화를 요구할 때가 되지 않았나싶다.

영화음악에서는 좋은 점이 윤종신이 “불어라 봄바람”과 더불어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다. 불어라 봄바람에서는 특정곡이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를 코믹으로 몰고 가서 좋은 음악들이 묻혀졌지만 이 영화에서는 좋은 음악들이 묻히지 않고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다. 더욱이 자신의 곡을 재미있게 리메이크하는 유머를 보였다.

내용에서 좀 더 짜임새가 있었으면 좋았을 아쉬운 영화였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기 보다는 이 영화 자체를 좀 더 재미있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곰탱이라는 단어에 너무 구속이 되었나 싶다. 곰에 구속되지 말고 봄 자체를 더 좋아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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