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데이즈 – 절반의 성공


한국 애니메이션의 블럭버스터 원더풀 데이즈를 오늘 봤다.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봤는데 오후 12시의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지 좌석을 거의 채운 상태였다.

올해 초에 개봉했던 오세암처럼 관심은 받았으나 흥행을 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현재로는 기우일 듯 싶다. 이 작품을 보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나를 감동시킨 것을 열거한다면 먼저 사운드다. 한국 애니에서 나를 가장 실망시켰던, 특히 SF물에서 가장 실망시켰던 것은 사운드였다. 어디 양철 깨지는 소리들만 조합해서 만든 사운드에서 내 고막에 웅웅하고 사실감 느낄 수 있는 사운드에 만족했다.

둘째는 역시 그래픽이다. 실사와 셀 애니메이션과 CG의 혼합이 더욱 미래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

셋째는 음악이다. 오세암을 못봤기에 거기에서는 어떤 음악이 들어갔는 지 모르나 원더풀 데이즈의 음악은 기존 한국 애니에서 나를 탈피하게 만들었다.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그러나 감동만 시켰냐 하면 그렇지 않다. 나를 실망시킨 요소를 열거하면 첫째는 역시 스토리다. 화면에 치중했는 지 스토리 전개는 너무 허술하다. 그리고 초기 상황 설정은 아무리 좋게 볼려고 해도 미래소년 코난의 인더스트리아 개념을 가져온 듯 싶고 태양에너지가 오염원으로 바뀌었고 결국 에너지를 가진 자가 권력층이라는 구조는 미래소년 코난에서 가져왔다. 수하와 제이의 구조는 라나와 코난의 구조와 비슷하게 연상되었다. 결말로 가는 과정에서 예고편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스케일 작다고 느낀 것은 또 왜일까?

둘째는 더빙이다. 관람하러 가기 전에 공식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번 제작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더빙에도 많은 노력을 했다고 했으나 내가 듣는 목소리에는 왠지 허공을 맴돌거나 상황 분위기에 맞지 않는 음감과 어조의 난무였다. 어떤 경우에는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사에 감정이 없으니 긴박감을 느낄 수 없는 것도 불만이었다.

셋째는 반복이었다. 오토바이 장면은 정말로 이 작품에서 볼 만한 것이기는 하나 너무 자주 반복되다 보니 같이 보던 일행이 하는 말이 이제는 질리네… 할 정도로 반복되었다. 이 부분은 직접 이 영화를 감상해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 있지만 간만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나쁘지는 않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 감람 이후 코엑스에서 하는 서울 캐릭터 페어 2003에서 원더풀 데이즈 부스도 가 보았다. 거기에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액션피겨 같은 것은 사고 싶은데…

Wonderful Days Theme II Orchestra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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